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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w VOLOVO CROSS COUNTRY will Extend Your LifeDEFAULT

2017.05.02

요즘 가장 핫한 프리미엄 브랜드 중 하나인 볼보. 그런데 볼보는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들과 결이 조금 다르다. 한동안 볼보의 모터쇼 부스에 가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스태프들의 복장이 달랐다. 슈트로 한껏 멋을 내는 다른 브랜드와는 달리 볼보는 편안한 스웨터 차림으로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던 것이다. 화려함은 덜했지만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푸근함을 느낄 수 있던 볼보 브랜드였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것이 스칸디나비안의 정서였던 것 같다. 척박하고 거친 기후와 자연으로부터 사람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안락함과 보호받는다는 안도감이었을 테니까. 그리고 거기에 새롭게 볼보가 해석한 럭셔리 콘셉트를 더한 것이 ‘스칸디나비안 럭셔리’였다. 실내에 오래 머무를 수밖에 없는 스칸디나비아의 환경 때문에 자연스럽게 인테리어 디자인이 발달했고, 거기에서 아늑하고 편안한 고급스러움이라는 자신들만의 럭셔리 코드가 나왔다는 것이 볼보의 이야기다. 매우 설득력이 있다. 게다가 스칸디나비아의 인구밀도는 매우 낮다. 따라서 스칸디나비아 사람들에겐 가족이 누구보다도 소중한 친구이자 이웃이다. 그들은 가족이 함께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온 가족이 함께 여가를 즐기는 것 또한 좋아한다. 볼보가 왜건의 종가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왜건은 당시의 대표적 라이프스타일 모델이었고, 지금은 그것을 크로스오버 SUV가 이어받았다. 그리고 볼보는 스칸디나비아의 자연환경에 어울리는 그들만의 크로스오버 라이프스타일 장르를 새롭게 만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크로스컨트리다. 크로스컨트리는 왜건 V90를 ‘들어 올려서’ 만든다. 즉 차내 공간은 V90와 똑같다는 뜻이
다. 왜건은 승용차와 똑같은 감각으로 운전할 수 있어서 좋을 뿐만 아니라 뒤를 보면 침실이 될 수 있을 정도로 SUV보다 훨씬 쓸모가 많은 기다란 실내가 매력적이다. 짐을 2층으로 쌓아야 하는 좁고 높은 SUV의 적재 공간과는 달리 왜건은 짐을 바닥에 나란히 펼쳐 실을 수 있어서 실용적이다. 이런 왜건을 들어 올려서 만들었으니 차내 분위기와 쓸모는 왜건의 장점을 그대로 가져올 수밖에. ‘들어 올렸다’는 말은 차 바닥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볼보 크로스컨트리의 최저 지상고는 V90보다 7cm 높은 21cm. BMW X5보다도 높을 정도로 어지간한 크로스오버 SUV를 능가하는 수치다. 4.9m가 넘는 차체 길이와 긴 오버행이 제약이 되겠지만 험준한 산악이 아니라면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랠리 선수처럼 비포장도로에서 거칠게 다뤄봐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아니, 즐거웠다.

크로스컨트리의 외모는 왜건 V90와는 여러모로 다르다. 단순히 다크 그레이 색상의 휠아치 프로텍터와 범퍼 에이프런 등 SUV의 분위기를 이식한 차원이 아니다. 차체를 그냥 들어 올리면 휠 하우스와 바퀴의 간격이 넓어져 허전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크로스컨트리는 V90보다 지름이 40mm 커진 전용 타이어를 사용하므로 전혀 그렇지 않다. 넓어진 차체를 꽉 채우도록 넓어진 윤거도 시각적 안정감에 큰 몫을 한다. 그리고 라디에이터 그릴의 모양도 다른 90 시리즈 모델들과 차별되는 크로스컨트리 전용 제품인데, 그 차이점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다. 그리고 ‘토르의 해머’ LED 주간 주행등과 라디에이터 그릴 등으로 구성된 웅장한 앞 얼굴이 세단인 S90보다 XC90에 잘 어울리듯이 크로스컨트리에서도 대형 범퍼 에이프런과 함께 좋은 균형을 이룬다. 심플하지만 다소 밋밋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했던 단정한 옆모습도 크로스컨트리 전용 데커레이션과 잘 어울려 직선의 힘이 잘 살아 있으며, 이미 큰 차체가 한층 웅장하게 느껴진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크로스컨트리는 D5 AWD, 한 가지 파워트레인이다. 이미 정평이 난 Drive-E 2리터 4기통 트윈 터보 디젤엔진에 8단 자동변속기와 사륜구동 방식을 결합한다. 이 디젤엔진의 수준은 정말 최고다. 4기통이라는 것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 235마력, 49 토크라는 출력도 그렇지만 가속페달을 밟자마자 나오는 출력이 한 박자 굼뜬 디젤엔진이 아니다. 터보의 응답성을 향상시키려고 VTG나 트윈 스크롤 등 복잡한 형식을 사용하는 대신 바람개비를 돌리기에 부족한 배출 가스의 양을 보충하기 위해 압축공기를 사용하는 ‘콜럼버스의 달걀’ 같은 발상의 전환이 참신하다. 그래서 엔진은 대단히 활기차다. 하지만 2리터 엔진으로는 높은 토크를 폭넓게 유지하기는 힘이 든다. 이때 엔진 회전수가 스위트스폿을 유지하도록 8단 자동변속기가 부지런히 일한다. 고급 부품을 십분 활용하는 볼보의 Drive-E 파워트레인은 연 생산 50만대 수준에 달하는 볼보의 성공적인 선택과 집중이다.

시승을 시작한 곳은 서울 근교의 유명한 코너링 스페셜 구간이다. 무게 2톤, 전고 5m의 육중한 차체에 바닥까지 높으니 처음엔 조심스럽다. 어라? 그런데 너무 쉽다. 코너링 성능도 우수했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차의 움직임이 전혀 둔하지 않다는 것. 가속페달을 밟는 오른발 하나로 차의 움직임을 컨트롤할 수 있다. 게다가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의 템포가 조화롭다. 뒷바퀴가 민첩하게 앞바퀴를 따라간다는 느낌보다는 앞바퀴가 뒷바퀴가 따라올 시간을 주며 보조를 맞춰준다. 그 교감이 운전자에게도 전달되니 움직임이 간결하고 이해하기 쉬운 것이다. 기특하다.

사실 최저 지상고가 21cm나 되는 높은 차체는 그 움직임이 클 수밖에 없다. 보통 상식으로는 이 움직임을 최대한 억제하려고 서스펜션을 단단하게 조이기 십상이다. 이렇게 만들었다면 승차감도 물론 나빴겠지만, 코너 안쪽의 타이어는 하중이 빠져 접지력이 희미하고 바깥쪽 타이어만 혹사당했을 것이다. 크로스컨트리는 현실을 인정하고 포용한다. 적당한 차체의 기울어짐은 인정하되, 과도하게 흔들리는 것은 서스펜션이 잘 도닥거린다. 게다가 부드러운 재질의 전용 타이어는 모서리가 둥근 라운드 프로필 타이어를 사용해 울퉁불퉁한 곳을 지나더라도 쉽게 미끄러지거나 흔들리지 않는 포용력 위주의 설정이다. 따라서 타이어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서스펜션이 스트레스의 대부분을 흡수하는 넉넉함을 보여준다. 이런 특징은 오프로드를 달릴 때도 그대로다. 라운드 프로필 타이어는 오프로드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한결같은 느낌으로 믿음직하다. 물컹거리지는 않지만 단단하지도 않은, 탄력이 살아 있는 느낌이 절묘하다. 나도 모르게 과속방지턱을 찾아다니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피식 웃고 말았다. 고속도로에서는 어떨까 궁금했다. 볼보 크로스컨트리가 최저 지상고를 21cm까지 올렸
다는 것은 고속 주행에 대해 일정 부분 타협했다는 뜻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볼보 크로스컨트리와 비슷한 모델이 아우디의 올로드 콰트로나 메르세데스 벤츠의 올-터레인처럼 독일 브랜드에서도 많이 나온다. 그런데 아우디나 메르세데스 벤츠는 고속 주행 성능을 버리지 않기 위해 에어 서스펜션으로 차체를 낮출 수 있지만, 볼보 크로스컨트리는 고정식이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상당히 빠른 고속 크루징에서도 크로스컨트리는 전혀 불안감을 주지 않았다. 다양한 코스를 볼보 크로스컨트리와 함께 달리면서 떠오른 것은 가족이었다. 두 딸이 어
릴 적에 나무 그늘 아래에 세워둔 왜건 뒷자리에 누워서 재잘거리던 추억이 생생하다. 이제는 다 컸으니 좀 여유롭고 행동반경이 넓은 차가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이 떠오르는 차라면 믿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근래에 이렇게 포근하고 담백하게 승객을 감싸주는 자동차를 타본 기억이 없다.

이달의 자동차
The New Volvo Cross Country
전장×전폭×전고 4940×1880×1545mm
엔진 직렬 4기통 트윈 터보 디젤
구동 방식 사륜구동
배기량 1969cc
안전 최고 속도 230km/h
최대출력 235ps/4000rpm
최대 토크 49kg·m/1750~2250r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