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RO’S COLUMN]
촬영을 위해 오랜만에 로스앤젤레스에 갔습니다. 비벌리힐스, 롱 비치도 여전히 아름다웠지만, 이번 목적지는 따로 있었습니다. 이곳에 오기 전 인스타그램에서 찾아보니 재미난 장소가 있었는데 바로 ‘브라이언 더 부츠 메이커(Brian The Bootmaker)’라는 작은 규모의 부츠 매장입니다. 이곳에 부츠 제작을 의뢰하면 1년을 기다려야 하고, 종류에 따라서는 200만 원을 넘는 부츠도 있다고 하니 흥미롭지 않을 수 없었죠.
매장을 찾아가는 도중 주소를 잘못 입력해 홈리스 지역에 도착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며 도착해보니 작은 구두 수선실 같은 느낌의 매장이 저를 맞이했습니다. 밖에 앉아있던 어르신이 우리를 안으로 안내해주었죠. 매장 안에서 한 청년이 저희를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올해 25살의, 깊고 검은 눈동자에 모자를 쓰고 빈티지 데님 스타일의 밝고 활기찬 모습이 매력적인 남자였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린 시절부터 그림 그리는 것이 특기로, 부츠 매장의 엠블럼도 스스로 그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는 스니커즈를 사 모으는 것은 물론, 직접 만드는 것도 무척이나 좋아하는 스니커즈 마니아로 맘에 드는 여러 브랜드의 스니커즈를 조각 내 좋아하는 부분만 골라 새로운 신발로 만들기도 했다고 합니다. 굉장한 오타쿠죠. (웃음)
그만큼 더욱 신발에 대해 공부하고 싶었고, 우연히 지금 함께 일하는 장인과 만나 부츠 만드는 법을 배웠습니다. 스니커즈에서 부츠로 종류는 바뀌었지만 독특하고 다양한 빈티지 부츠에서 영감을 받아 트렌디한 디자인으로 만들기 시작했죠. 스스로 만든 부츠들을 인스타그램에 올리자 고객은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인스타그램이 작은 가게를 전 세계에 알린 것이죠. 그 덕분에 가게를 구입했고, 그에게 부츠 제작에 대해 가르쳐 준 장인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함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정말 멋지고 남자답죠?
요즘 그의 부츠를 갖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전 세계에서 오더를 한다고 합니다. 셀럽들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그 모든 물량을 두 명이 제작하기 때문에 한 달에 4켤레 정도 밖에 만들 수 없습니다. 때문에 슈즈 제작을 의뢰하면 1년 정도 기다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겠죠. 그렇지만 이렇게 유명해졌어도 그는 언제나 함께 일하고 있는 장인 덕분이라 말합니다. 타인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잊고 사는 요즘 젊은 친구들에게서는 보기 드문 훈훈한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글_지롤라모 판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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