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국제고급시계박람회 SIHH가 열렸습니다.
전혀 새로운 도전, 영광스러운 과거의 재현, 숨 가쁜 협업, 안정적 지속 등 각 브랜드에서 풀어놓은새 시계의 방향은 서로 달랐지만 하나같이 멋진 시도로 빛났죠. 그 현장에서 가장 눈길을 끈 시계들을 골랐습니다.
JAEGER-LECOULTRE
마스터 울트라 씬 투르비용 에나멜
예거 르쿨트르의 마스터 컬렉션은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드레스 워치를 찾을 때 머릿속에 스치는 시계 중 단연 으뜸입니다. SIHH 2019에서 선보인 마스터 울트라 씬 투르비용 에나멜은 드레스 워치의 정체성에 컴플리케이션 기능을 포함시킨 모델이죠.
직경 40mm의 화이트 골드 케이스 안에는 중앙에서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기요셰 패턴의 다이얼이 자리합니다.
그랑 푀 에나멜링으로 완성한 오묘한 푸른빛은 6시 방향에서 황홀하게 움직이는 투르비용과 함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이 시계만을 위해 제작한 가느다란 아워 마커는 담백함과 간결함 그 자체. 또한 사파이어 크리스털 백 케이스를 통해 선레이 패턴으로 섬세하게 마감한 칼리버 978의 자태와 우아한 골드 로터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50점 한정 생산이라는 점 역시 시계의 소장 가치를 고조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IWC
빅 파일럿 워치 퍼페추얼 캘린더 스핏파이어
파일럿 워치에 대한 IWC의 해석은 남다릅니다.
항공기의 공학적 전문성을 누구보다 충실히 따르죠.
IWC가 새로 보강한 스핏파이어 컬렉션은 항공 역사상 가장 정교한 개발품이라고 여겨지는 영국 전투기 스핏파이어의 형태와 기능을 이어받았고, 디자인 면에서는 IWC의 전설적인 마크 11에 담긴 디자인 본질을 계승했습니다. 그중 250점 한정 제작한 빅파일럿 워치 퍼페추얼 캘린더 스핏파이어는 IWC의 상징인 빅 파일럿과 퍼페추얼 캘린더를 모두 지닌 모델입니다. 7일 동안 멈추지 않는 안정적인 무브먼트와 577년 6개월에 단 한 번 조정이 필요한 문 페이즈를 담고 있습니다. 브랜드 내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브론즈 케이스도 눈길을 끕니다. 브론즈 케이스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점차 어두운 색으로 바래는 성질이 있어 점차 녹청색으로 바뀌는 경년 변화를 보여줍니다. 착용자의 역사를 대변해주는 셈이죠.
PARMIGIANI
토릭 레트로그레이드 퍼페추얼 캘린더
파르미지아니가 추구하는 철학과 미학을 오롯이 반영한 모델입니다. 고도로 정밀한 기술을 함축했지만 오히려 담백하게 표현했습니다. 직경 42.5mm의 레드 골드 케이스를 기본으로딱 2가지의 다이얼을 선보입니다. 그레인 처리한 화이트 다이얼과 라이스 기요셰 패턴으로 마감한 슬레이트 그레이 다이얼이 그것이죠. 베젤에는 고대 그리스의 기둥에서 모티프를 얻은 널장식을 일일이 손으로 구현했고, 크라운에도 같은 패턴을 적용해 통일감을 부여했습니다.
8시부터 4시 사이에 위치한 반원 형태의 날짜 인덱스는 레트로그레이드 방식으로 작동하는 핸즈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6시 방향에 놓인 더블 문 페이즈의 디스크는 사금석을 활용해 밤하늘의 별을 감상하는 듯한 낭만적 분위기를 고조시킵니다. 무브먼트는 50시간의 파워 리저브를 지원하는 인하우스 칼리버 PF333를 사용했습니다. 시계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날짜 조정이 필요 없는 퍼페추얼 캘린더 기능과 문 페이즈 역시 122년에 하루의 오차를 허용할 만큼 정확성과 정밀도가 뛰어납니다.
VACHERON CONSTANTIN
트래디셔널 트윈 비트 퍼페추얼 캘린더
일본 에도 시대에는 계절이 바뀔 때 낮과 밤의 길이가 달라져 낮과 밤을 6개의 영역으로 나눴습니다. 바로이 제도에서 영감을 받아 바쉐론 콘스탄틴은 트윈 비트 시스템을 적용한 트래디셔널 트윈 비트 퍼페추얼 캘린더를 만들었죠.
메인 스프링이 가변적인 에너지를 제공하는 최초의 시계로, 진동수를 착용자의 생활 리듬에 따라 선택할수 있습니다.
8시 방향의 푸시버튼을 통해 활동 수준에 따라 진동수를 전환하는 방식인데, 시계를 착용할 때는 시간당 3만6000회 진동하며 4일간의 파워 리저브를 지원하는 액티브 모드를 실행합니다. 착용하지 않을 때는 스탠바이 모드로 변환해 진동수를 급격히 감소시키기 때문에 파워 리저브가 무려 65일까지 연장됩니다. 또한 스프링 듀얼 기어 컴파운드 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에 기존의 점핑 디스플레이보다 4배 적은 토크만으로 날짜와 월, 윤년을 점핑 표시 창으로 구현해냅니다. 이 기술이 바로 현재 특허 출원 중인 트윈 비트 시스템입니다. 이렇게 혁신적으로 새로운 기술은 역시 새로운 잣대로 평가받아야 마땅합니다.
ROGER DUBUIS
엑스칼리버 원오프
모터스포츠 분야를 접점으로 다각적인 탐색과 분석을 통해 긴밀한 시계를 내놓는 로저드뷔. 이번에는 람보르기니의 모터스포츠 부서인 스콰드라 코르세에서 선보인 하이퍼카 ‘SC18 알스톤’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엑스칼리버 원오프는 람보르기니의 엔진 구조에서 착안한 V자 형태의 핸드 와인딩 칼리버 RD106SQ에 의해 구동됩니다.
미래적으로 보이는 90도 경사의 더블 플라잉 투르비용은 중력의 영향을 낮추는 역할도 이행하죠. 시간을 표시하는 12시 방향의 창과 분침은 람보르기니의 엔진 회전 속도계에서 영감을 얻은 것입니다. 빨간색 숫자가 적힌 디스크는 분침이 한 바퀴 회전할 때마다 한 칸씩 점핑하며 시간을 알리고, 6시 방향의 W와 S는 각각 와인딩과 시간 설정을 의미하는데, 4시 방향의 푸시버튼으로 원하는 모드를 설정한 후 크라운을 조작하는 방식입니다. 직경 47mm 케이스와 플랜지, 브리지에는 카본 SMC를 사용하고, 케이스 중앙부의 티타늄 컨테이너는 직조 카본으로 감쌌습니다.
뛰어난 저항성과 가벼움은 압도적인 안전성과 성능을 지원합니다. 피렐리의 ‘L’ 타이어를 활용한 스트랩도 시계의 강력한 요소. 변형과 견인 저항성이 뛰어나 러버 스트랩의 품질을 극도로 끌어올려줍니다. 또한 피렐리 타이어의 내장 구조재와 동일한 그물망 형태의 나일론 섬유로 스트랩까지 오픈워크 형태를 유지해 스켈레톤 워치의 미적 요소를 극대화한 점이 돋보입니다. 모델명 그대로 세상에 오직 단 한 점만 존재하며 가격은 13억9500만원대입니다.
PIAGET
알티플라노 40mm 운석 다이얼
시계의 복잡다단한 구조를 때로 ‘우주적’이라고 표현합니다. 하지만 피아제의 알티플라노 40mm 운석 다이얼에는 진짜 우주가 들어차 있습니다. 기존 알티플라노는 피아제를 섬세하고 얇은 드레스 워치의 표본으로 굳건하게 자리매김하게 만든 장본인인데, 여기에 더해 지구 표면 아래 깊은 곳에서 열과 압력을 견뎌낸 운석을 적용한 것이죠. 새로운 알티플라노는 다크 그레이 운석 다이얼, 골드 컬러 운석 다이얼, 베젤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블루 운석 다이얼 버전으로 출시했습니다. 태양계가 생성된 초창기부터 존재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철질 운석을 다이얼에 사용해 사람의 손이나 기계로 구현할 수 없는 신비롭고 창대한 문양을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3개 모델의 케이스는 모두 직경 40mm로 대부분의 남자 손목에 안정적입니다. 시간과 날짜를 나타내는 인하우스 칼리버 1203P를 탑재했고, 44시간의 파워 리저브를 지원합니다. 사파이어 크리스털 백 케이스 너머로 무브먼트와 피아제의 문장이 세밀하게 새겨진 로터의 생동감 넘치는 움직임을 감상하는 재미도 넘쳐납니다. 이런 식으로 피아제는 시계라는 매개체를 통해 우주와 현실을 그대로 맞물렸습니다.
HERMÈS
아쏘 레흐 드 라 룬
에르메스는 컴플리케이션 시계조차 감성적으로 표시하는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아쏘 레흐 드 라 룬은 2개의 달, 그리고 그 위에서 회전하는 서브다이얼로 시공간을 초월하는 환상적 시간을 나타냅니다. 밤하늘의 별이 반짝이는 듯한 사금석 다이얼 혹은 운석을 사용한 다이얼은 12시 방향의 달에 ‘몽상가 화가’로 불리는 디미트리 리발첸코의 페가수스를 장식했습니다. 반면 북반구 달은 실제의 달 표면을 옮겨놓은 듯 미세한 분화구까지 현실적으로 묘사했죠. 시간과 날짜를 표시하는 2개의 카운터는 117개의 부품, 4.2mm 두께의 에르메스 매뉴팩처 무브먼트 H1873에 의해 움직입니다. 각각 100점 한정으로 세상에 선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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