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티 우오모 94의 생생했던 현장을 소개합니다
6월의 피렌체는 태양보다 찬란합니다. 세계 최대의 남성 패션 박람회인 피티 우오모가 열리기 때문이죠. 올해 6월 94회를 맞이한 피티 우오모 역시 2019년의 봄과 여름을 책임질 다채로운 옷이 쏟아지듯 소개되었습니다. 이제는 남성 패션과 더불어 라이프스타일의 경계까지 무람없이 오가는 피티 우오모의 현장, <레옹>의 마음을 뒤흔든 피티 우오모 94의 면면을 모았습니다.
HERNO l 에르노가 걸어온 70년의 역사
피렌체 레오폴드 역 안에는 그간 에르노가 걸어온 70년의 발자취가 일렁이고 있었습니다. ‘상상력을 발휘해 규칙을 깨고 자신을 드러내라’라는 의미를 지닌 ‘L.I.B.R.A.R.Y’ 행사는 에르노의 시작인 레인코트의 변천사와 대표 제품을 대대적으로 보여줍니다. 역사를 훑어보니 전통과 혁신의 균형을 가장 잘아는 브랜드라는 걸 절로 알 수 있었습니다. 전시장으로 탈바꿈한 역 내부 곳곳에는 브랜드와 뗄 수 없는 요소인 ‘물’을 이용한 ‘워터 에코’ 설치물까지 놓여 있었죠. 캐시미어 코트나 퍼 제품, 특히 테일러링 기술에 대한 이야기는 전시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했습니다.
Z ZEGNA l 테니스에 대한 열정
지 제냐의 2019년 S/S 컬렉션은 언제나 그렇듯 활동성에 기반한 테일러링과 스포츠웨어를 콘셉트로 삼았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시즌은 지 제냐 최초로 브랜드 앰버서더를 발탁했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했죠. 테니스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제냐 가문은 지 제냐의 이번 시즌 테마로 테니스를 선택하고 세계 랭킹 3위 선수인 알렉산더 즈베레프를 앰버서더로 선택했습니다. 이번 컬렉션은 테니스 코트 룩을 재해석해 마치 테니스 웨어를 착용한 듯 가볍고 구조적이면서도 경쾌한 색감이 특징입니다. 물세탁이 가능한 테크메리노 소재의 워시 & 고 슈트를 다양한 색으로 구현해 선택 사항을 넓혔고, 1956년 설립한 오아시 제냐의 테니스 코트에서 이름을 따온 아이코닉 스니커즈 ‘컬레라’도 눈여겨볼 아이템입니다.
ROBERTO CAVALLI l 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폴 서리지
피티 우오모 94의 스페셜 게스트로 선정된 로베르토 카발리. 2017년 3월, 로베르토 카발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은폴 서리지는 질 샌더, 지 제냐, 아크네 스튜디오 등을 거친 영국 출신의 디자이너입니다. 차근히 밟아온 이력 덕에 많은 사람이 그의 남성 컬렉션을 기대하는 중이죠. 이번 피티 우오모에서 선보인 로베르토 카발리 컬렉션은 폴 서리지의 첫 번째 남성 단독 컬렉션이기에 의미가 남다르고, 브랜드의 본고장에서 진행하는 쇼이니만큼 더욱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로베르토 카발리 전통의 애니멀 프린트와 데님, 실크, 가죽 소재를 현대적 감각으로 절묘하게 버무린 컬렉션은 고루한 브랜드로 밀려난 브랜드 이미지를 한층 젊고 분방해진 무드로 되살리기에 충분했습니다.
LARDINI l 라르디니의 40주년
“저는 항상 아름다운 것을 좋아해왔습니다.” 라르디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루이지 라르디니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입니다. 1978년 라르디니는 테일러링 워크숍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40년간 ‘아름다운 것’을 만들어왔죠. 물론 제품에 대한 연구와 개발, 기술 혁신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라르디니는 이탈리아 특유의 열정적이고 우아한 정서로 가득합니다. 라르디니는 올해 탄생 4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들썩이는 피티 우오모 광장에 각별한 자리를 마련하고 특별한 사람들을 초대해 2가지의 기념비적인 재킷을 선보였습니다. 라르디니 고유의 플라워 패턴을 응용한 패브릭, 골드로 제작한 부토니에르의 꽃잎, 극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한 재킷이었습니다.
CRAIG GREEN l 2019년 S/S 컬렉션 독점 공개
늘 ‘혁신적’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크레이그 그린의 2019년 S/S 컬렉션이 피티 우오모에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의 이번 컬렉션은 면면이 대담하면서도 역동적이었죠. 이번 컬렉션도 물론 그가 항상 추구하는 작업복이나 유니폼 형식을 따랐습니다만,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새로운 방식과 스타일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전면에 설계도를 연상케 하는 점선이나 스티치를 내세우고, 눈이 부실 정도의 총천연색을 사용했죠. 추상화적인 패턴도 눈길을 자극한 요소입니다.
BRUNELLO CUCINELLI l 스포츠 세계의 정신을 이은 역동적인 우아함
우아하면서도 클래식하고 역동적인 스포츠, 바로 테니스와 골프입니다.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이러한 특징을 포착해 컬렉션 안으로 끌어들였습니다. 컬러풀한 패턴의 셔츠와 가벼운 스웨트 셔츠, 스톤 워싱 처리한 데님 팬츠가 스포티한 디테일과 맞물려 묘한 조화를 이루죠. 니트웨어는 테니스와 골프의 전통적 패턴과 요소를 활용한 커프스와 스티치 등을 접목해 활동적인 맛을 더했습니다. 리넨과 나일론으로 제작한 사파리 재킷, 리버서블 아우터웨어와 워싱 처리한 스웨이드 레더 재킷 역시 가볍게 입기 좋은 아이템!
BIRKENSTOCK l 새로운 차원의 소풍
버켄스탁은 피티 우오모 94에서 2019년 S/S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컬렉션에 초청된 게스트들은 다소 복잡한 피티 우오모 현장을 벗어나 평온하고 아름다운 오아시스를 연상케 하는 토리자니 가든으로 소풍을 떠났죠. 유럽 최대의 도시 정원에서 50여 명의 모델은 버켄스탁의 디자인을 부각하는 의상으로 스타일링한 채 런웨이를 걸어 나오며 사람들을 매혹시켰습니다. 파리 태생의 음악 감독 미셸 고베르는 버켄스탁의 특징인 편안함과 웰빙에 맞는 음악으로 한적한 정원의 분위기를 성공적으로 살려냈습니다. 여기에 호화로운 피크닉 바구니와 다과가 더해지니 쇼의 콘셉트는 더욱 명확하게 전달됐죠. 이와 함께, 발이 편한 신발 브랜드의 대명사답게 게스트를 위한 전용 풋 스파까지 마련해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COS l 캡슐 컬렉션 ‘소마’
코스의 이번 프레젠테이션은 조금 특별했습니다. 웨인 맥그리거의 안무 퍼포먼스를 통해 소마 컬렉션의 17개 아이템을 선보인 것이죠.
소마 컬렉션은 매일 행하는 아무 뜻 없고 무의식적인, 일상적 동작을 관찰하는 데서 출발했습니다. 맥그리거는 소매를 접는 동작이나 셔츠 깃을 바로잡는 행동 등 사람의 동작에 부합하도록 디자인에 변화를 주고 안무를 구성했죠. 소마 컬렉션의 세심한 디자인에 반해 컬렉션에 사용한 색은 오로지 3가지. 그래서인지 컬렉션의 내밀한 디자인이 더욱 돋보입니다. 이러한 옷을 입은 댄서들은 일상적 동작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키며 마치 옷과 하나가 된 듯, 옷에 생명이 있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MCM l 항공 스포츠에서 영감을 받은 루프트 컬렉션
피티 우오모 기간에 MCM은 항공 스포츠에서 영감을 받은 루프트 컬렉션의 패션쇼를 드라마틱하게 준비했습니다. 열대 지방의 폭풍우와 구름, 푸른 하늘의 움직임을 시각적으로 표현해 컬렉션을 오감으로 느낄수 있도록 했죠. 루프트는 독일어로 공기를 뜻합니다. 컬렉션 이름 그대로 가벼움과 기동성의 증진, 자유의 의미를 담아 ‘자유로운 여행’이라는 콘셉트를 각각의 옷으로 표현했습니다. 컬렉션의 면면은 초경량 방풍 실크 소재나 내구성이 좋은 립스탑 소재, 옷에 탈착하거나 가방에 덧대 사용할 수 있는 파우치 등 위트 넘치는 발상으로 가득했습니다. 사용자가 직접 후크나 태그, 참 장식 등을 커스터마이즈할 수 있는 ‘파라슈트 백팩’은 이번 컬렉션을 집약한 아이템입니다.
EMILIO PUCCI l 에밀리오 푸치와 보나베리의 협업
에밀리오 푸치는 장인 정신과 독창성으로 휘감은 보나베리의 마네킹을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를 구현해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에밀리오 푸치만의 감성과 팔라초 푸치의 르네상스 건축양식, 유서 깊은 인테리어까지 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 전시가 시작되는 팔라초 푸치의 앞마당에서는 에밀리오 푸치의 아이코닉 패턴인 비바라 프린트로 완성한 거대 마네킹이 사람들을 맞이합니다. 또한 2층 복도에는 에밀리오 푸치 아카이브에서 건져 올린 다채로운 형태의 모자와 미니백등 여러 액세서리를 착용한 벨벳 마네킹이 브랜드 고유의 색을 펼쳐놓았습니다.
GUCCI l 비요크에 대한 오마주
2018년 초,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피렌체의 메르칸치아 궁전에 전통적인 박물관 형식을 빌린 구찌 가든을 열었습니다. 그동안 브랜드가 일궈온 미학과 철학, 창조의 공간을 보여주는 곳입니다. 이번에는 새로운 공간을 추가로 오픈하고 그곳에 아이슬란드 출신 가수 비요크와의 협업에 헌정하는 전시를 구성했습니다. 2017년에 비요크가 공개한 뮤직 비디오 ‘더 게이트’에서 착용한 가운과 마스크 등을 포함해 미켈레가 디자인하고 수백 시간에 걸친 수작업 끝에 탄생한 드레스가 도열해 있었죠. 동시대를 해석하고 상상하는 2명의 아티스트가 만들어낸 환상적인 공간입니다.
PHILIPPE MODEL l 다시 돌아온 클래식 스니커즈
어글리 스니커즈에 지친 남자라면 두 팔 벌려 반길 만한 스니커즈를 마주했습니다. 미래적 분위기가 흐르는 은색 외벽의 부스에 들어서니 1970년대 빈티지 스타일의 스니커즈가 기다렸다는 듯 놓여 있었죠. 필립 모델의 모나코 컬렉션이그 주인공입니다. 필립 모델의 메인 모델인 트로페즈 컬렉션을 재해석한 스니커즈로, 고유의 방패 로고를 유기적으로 응용해 클래식한 감성은 유지하면서 뒷굽과 슈레이스 부분엔 현대적으로 디자인한 새 로고를 얹었습니다.
MONCLER l 7 몽클레르 프래그먼트 히로시 후지와라
몽클레르 지니어스는 세대를 초월해 여러 크리에이터와 협력하며 다양한 사람의 개성과 취향을 살린 아이템을 선보이는 컬렉션입니다. 총 8개의 컬렉션으로 구성되죠. 이번 피티 우오모 기간에는 그중 하나인 7 몽클레르 프래그먼트 히로시 후지와라의 론칭을 기념하는 파티가 열렸습니다. 스트리트 패션으로 저명한 히로시는 몽클레르 고유의 다운재킷에 스트리트 감성을 불어넣어 새로운 무드를 만들어냈습니다. 이를테면 바서티 재킷이나 옥스퍼드 셔츠, 코듀로이 팬츠 등 다양한 아이템에 그래픽과 패치를 무심히 얹어 색다른 분위기를 창조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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