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베로에서 보낸 특별한 하루,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신념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냐의 고향 트리베로를 찾았습니다.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세계로 들어서니 이제는 패션업계에서 쉽사리 찾아보기 어려운 바르고 곧은 신념이 전해졌습니다. 여타 브랜드와는 확연히 다른 영속적 아름다움을 대하는 제냐의 태도를 실감한 시간이었습니다.
에르메네질도 제냐 레디투웨어 50주년 기념 전시회, 그 결정적이고 숭고한 시간을 되짚어보는 자리
한쪽에는 1968년부터 1978년까지 10여 년에 걸친 제냐의 레디투웨어와 1970년대의 재단 기구들이 놓여 있고, 다른 쪽에는 당시 제작한 빈티지 원단이, 투명한 케이지 안에는 역사를 정렬한 흑백사진이 영화처럼 흐르고 있었습니다. 바로 제냐의 고향인 트리베로에 위치한 카사 제냐에서.
카사 제냐는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시작부터 지금에 이르 기까지 모든 순간을 빼곡하게 기록하고 담은 곳입니다. 다양한 사회복지 사업과 관광, 환경 사업, 그리고 역사와 문화적 유산을 온전히 보존·계승하기 위한 목적으로 건립 했죠. 한마디로 제냐의 박물관이자 문화 센터라고 할 수있습니다. 제냐의 모든 문서 기록과 창업자의 산업 활동 경험, 원단 샘플을 후대에 전승하기 위해 하나도 빠짐없이 보관하고 있습니다. 제냐의 울 공장과 맞닿은 카사 제냐는 건물마저 고풍스러우며 태생적으로 우아함을 타고난 듯합니다. 에디터가 처음 방문해 가장 먼저 발을 들인 곳은 카사 제냐에 붙은 정원. 마치 클로드 모네의 작품 속 정원에 들어선 듯 아름다운 곳입니다. 1930년대에 제냐 가문의 저택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인지 건물 곳곳에 사람의 온기가 배어 있는 듯한 느낌도 들었죠. 방문 당시 이곳에서는 아주 특별한 전시회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2018년은 에르메네질도 제냐가 레디투웨어를 시작한 지 50년이 되는 각별한 해입니다. 이를 기념해 제냐의 시각으로 바라본 새로운 남성상과 제냐만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죠. <이탈리아 남자들(Uomini All’Italiana) 1968>이라는 이름의 전시회는 제냐 남성복의 탄생과 원단의 혁신, 남성의 체형에 따른 치수 측정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1968년부터 1978년까지 10여 년 동안 발표한 레디투웨어를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제냐의 초창기 슈트인 프로토타입 3벌 (GR22, GR33, GR44)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3벌의 프로토 타입 슈트는 이전까지 표준화된 사이즈를 의미하던 레디 투웨어에서 벗어나 개개인의 체형과 태도, 취향에 집중하며 남성의 단점을 보완해 제작한 것이 특징입니다. GR22 는 슬림한 체형을 위한 슈트이고, GR33은 보통 실루엣으 로, GR44는 넉넉한 품으로 제작했습니다. 레디투웨어를 시작한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두 아들, 안젤로와 알도가 이탈리아 스타일을 대중화하고 옷의 피트와 착용감의 중요 성을 높이는 데 최우선으로 집중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대목입니다. 제냐의 레디투웨어 50주년을 단번에 탐험할 수 있는 전시회는 10월 28일까지 이어집니다.
자연의 생생함을 담은 오아시 캐시미어의 본질을 찾아서
오아시 캐시미어는 오아시 제냐의 윤리적 정신을 담고 있습니다. 최상의 원단으로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제냐의 근간은 어디에서 시작했는지, 그들의 밑바탕에는 어떠한 신념이 자리하고 있는지를 살피고, 자연과의 공존을 우선시하는 제냐의 가치관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돌아왔습니다.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2018년 겨울 컬렉션 중 몇몇 피스는 유독 에디터의 시선을 끌고 뇌리에 박힐 뿐만 아니라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느낌까지 주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오아시 캐시미어 소재를 사용한 제품이기 때문입니다. 오아시 캐시미어는 ‘오아시 제냐’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죠. 오아시스라는 의미를 품고 있는 오아시 제냐는 제냐에서 추진하는 환경보호 프로젝트의 이름입니다. 제냐의 철학과 헤리티지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동시에 제냐의 근간을 이루는 존재입니다.
1930년, 창업자 에르메네질도 제냐는 이탈리아 북부 비엘라 지역 트리베로의 민둥산인 루벨로산을 개발하기 시작 했습니다. 1910년 문을 연 제냐의 울 공장 ‘라니피시오 제냐’ 부근에 있는 산이죠. 그는 50만 그루의 침엽수를 심고 ‘파노라미카 제냐’라고 명명한 길이 26km의 길을 닦았으며 병원이나 학교, 레저 시설을 설립해 사회복지 증진을 위해 노력했죠. 이것이 바로 오아시 제냐 프로젝트로, 고산 지대에서 고립된 생활을 하던 사람들에게 현대 문명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길을 터준 셈이기도 합니다. 1993 년에 이르러 오아시 제냐 프로젝트는 본격적으로 ‘그린 정신’을 이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오아시 제냐의 목적은 크게 2가지로 나뉩니다. 그 지역에 살고 있는 동식물의 보호와 환경 교육 사업, 그리고 자연과 인간의 커뮤니케이션 도모입니다. 이는 환경과 산업 지역 단체 간의 자연스러운 조화를 뜻합니다.
제냐는 전 세계적으로 이러한 정신을 전파하기 위해 여러 환경 단체와 협력 관계를 맺으며 국제적으로 환경 문제에 서 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오아시 제냐를 통해 이탈리아 트리베로를 둘러싼 산악 지역을 보존하며 지역 사회와 긍정적이고 진정성 있는 유대감을 쌓아왔습니 다. 오아시 제냐 구역은 라니피시오 제냐가 위치한 트리베로 주변으로 무려 100km² 이상 펼쳐져 있죠. 에디터는 파노라미카 제냐를 따라 오르며 그 엄청난 규모를 감히 가늠할 수조차 없었습니다. 그저 풍광의 일부에서나마 경건하 면서도 비현실적인 세계에 들어온 듯한 기분을 감지하며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숲, 고요하고 평화로운 세상에 들어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뜻깊은 오아시 제냐의 정신을 오롯하게 담은 오아시 캐시미어 제품은 2018년 겨울 컬렉션에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재킷, 스웨터, 니트에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색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자연과의 깊은 교감을 표현했고, 인위적이지 않은 원단과 그래픽 프린트를 활용해 알프스 지방의 장엄한 풍경을 묘사한 것도 압권입니다. 특히 캐시미어 소재에 스민 허브와 잎, 나무, 뿌리 등이 떠오르는 자연 스러운 색감은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공장인 라니피시오 제냐가 독점으로 개발한 천연 염료를 사용한 것입니다. 이러한 천연 염료는 지속 가능한 염색 공정을 통해 태어났습 니다. 단순히 옷, 혹은 고급스러운 캐시미어에 대한 이야 기가 아닙니다. 자연과 사람, 산업 사회, 그리고 진정성을 브랜드의 자부심과 노력으로 채워가는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특별한 이야기죠.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제냐의 역사는 이렇게 영겁의 시간 동안 단단히 쌓여왔습니다. 이것이 바로 매번 제냐의 컬렉션을 마땅히, 더욱 기대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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