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추럴 와인의 세계에 빠지다
생산자의 철학과 열정, 그리고 자연과 계절이 빚어낸 내추럴 와인의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지나치게 독특하고 알아가기 어렵다는 편견에서만 벗어나면 누구나 재미있게 내추럴 와인을 음미할 수있습니다. 지금 가장 흥미로운 방식으로 훌륭한 내추럴 와인을 소개하는 5곳의 공간을 들여다봤습니다.
슬롴
은밀하고 매력적인 와인 바
이곳은 의외의 골목이 많은 이태원, 그곳에서도 예상할 수 없는 좁고 외진 골목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일단 잘 찾아가기만 하면 얼마든지 내추럴 와인을 꿀꺽꿀꺽 마시고 즐기기는 쉬운 곳입니다. 이곳의 와인 리스트는 오직 내추럴 와인 으로만 구성돼 있고 각 와인 이름 밑에는 품종 대신 맛과 향을 상상해볼 수 있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야생 허브의 향이 몸안 가득 들어오는 느낌’, ‘뜀틀 후에 조금 짱짱해진 허벅지 같은 구조감’ 등의 글을 보며 와인을 고르고 마시는 것은 이곳만의 재미입니다. 여기에, 자작나무로 만든 테이블과 의자에서는 숲의 향이, 오픈 키친에서는 타파스 메뉴를 만드는 맛있는 냄새가, 각테이블에서는 색이 명확한 내추럴 와인의 향이 흘러나 오며 향의 향연을 이루죠. 이곳만의 독특한 향은 누구나 내추럴 와인에 빠져들게 만듭니다.
팩피
가볍고 경쾌한 다이닝
피자와 맥주처럼 누구나 쉽게 내추럴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조합이 있습니다. ‘Freaking Awesome Good Pasta’ 를 의미하는 팩피에 가면 내추럴 와인과 파스타라는 새로운 맛의 조화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뉴욕 브루클린의 캐주얼 다이닝 바가 연상되는 인테리어에 힙합 음악이 흘러나오는 곳이죠. 팩피는 좀 더 경쾌하고 가볍게 내추럴 와인을 즐기는 방식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곳의 모든 파스타는 이종현 오너 셰프의 취향과 입맛을 기준으로 합격점을 받은 것인데, 하나같이 원재료 본연의 맛이 살아 있는 북유럽 스타일을 추구합니다. 덕분에 맥주나 일반 와인보다 유독 내추럴 와인과 절묘한 조화를 이뤄 냅니다. 팩피는 다양한 메뉴와 와인을 소개하기보다 몇개의 메뉴를 계절마다 혹은 새로운 와인을 찾을 때마다 업데이트하는 형식으로 선보입니다. 팩피에서 내추럴 와인을 즐기는 방식은 간단합니다. 깊게 생각하지 않을 것, 그리고 최대한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즐길 것.
바 피크닉
새롭고 흥미로운 와인의 세계
2년 전, 서래마을의 레스토랑 ‘제로컴플렉스’는 와인 리스트를 모두 내추럴 와인으로 채우며 국내에 내추럴 와인을 소개한 선구자 역할을 했죠. 지난 5월 제로컴플 렉스가 회현동의 피크닉 3층으로 이사하면서 같은 건물 1층에 바 피크닉을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낮에는 카페로 운영되다가 저녁 6시부터 바로 와인 바로 변모하는 공간이죠. 서울 시민이 내추럴 와인을 더욱 쉽게 접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로컴플렉스의 소믈 리에 클레멍 토마상과 이성훈 셰프가 합심해 재미있는 와인과 메뉴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바 피크닉에서는 전문가의 조언을 받으며 유명 양조장에서 나온 와인부터 펑키하고 독특한 스타일의 와인, 혹은 쉽게 마실 수있는 내추럴 와인까지 다양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최대한 간결하게 조리해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직관적인 메뉴는 와인을 즐기는 재미를 더해줍니다. 토마상 소믈리에는 바 피크닉이 밝고 긍정적인 마음과 열정을 바탕으로 와인을 만드는 농부와 장인의 정신에 부합하는 공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앞으로 대중적이고 심플하며 친근하고 모두에게 열려 있는 곳이 되기를 바란다는 그의 말은 바 피크닉의 현재와 미래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모노폴1982
내추럴 와인이 처음이라면
모노폴1982는 내추럴 와인을 처음 접하거나 내추럴 와인을 더 깊게 탐험하고 싶은 사람에게 가장 먼저 추천 하는 와인 바입니다. 와인을 수입하는 회사를 다니며 내추럴 와인 마니아가 되어 좋아하는 와인을 공유하 고, 좋은 부분에 대해 많은 사람과 대화하고 싶은 마음에 이곳을 오픈한 모노폴1982에서는 와인을 즐기면서 생산자와 지역에 관한 이야기나 내추럴 와인의 매력에 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덕분에 100종이 넘는 와인 리스트를 보면서도 혼돈에 빠지지 않고 쉽게 취향에 맞는 와인을 고를 수 있죠. 와인을 고르고 나면 그에 어울리는 메뉴 역시 추천받을 수 있습니다. 메뉴 판은 따로 없지만 이곳의 대표가 직접 테이스팅해보며 만든 몇 가지의 캐주얼한 요리는 하나같이 내추럴 와인과 꽤 훌륭한 조화를 이뤄냅니다. 참고로 취향에 맞는 와인은 병으로 구매 가능합니다.
에세테라
작품과 함께 즐기는 내추럴 와인
네오 프렌치 퀴진 ‘라피네’에서 새롭게 오픈한 와인 바입니다. 공간 디자인을 맡은 서정화 작가가 모던 분재 브랜드 ‘시나지나(Sinajina)’의 작품, 일본의 미를 콘셉 트로 한 ‘시무 디자인(Shimoo Design)’의 천연 목재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이악 (Iaac)’의 세라믹 작품으로 멋진 공간을 연출했습니다. 에세테라는 독특한 인테리어와 소품만큼 흥미로운 내추럴 와인과 음식으로 가득합니다. 국내에서 쉽게 만날 수 없었던 슈퍼 내추럴 와인 메이커의 와인 셀렉션 부터 이곳만의 감각으로 엄선한 내추럴 와인까지 200 여 종의 와인 리스트를 갖추고 있습니다. 신현범 셰프가 이끄는 라피네의 키친 팀은 샤퀴테리와 발효를 기반으로한 타파스 요리를 선보입니다. 내추럴 와인을 처음 접하는 이라도 다양한 와인을 잔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이곳만의 매력입니다. 한마디로 에세테라는 내추럴 와인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새로운 공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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