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어색한 그녀와 더욱 친숙해질 기회를 찾고 있나요? 와인 바나 칵테일 바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낯선 감정이 눈 녹듯 사라졌던 경험, 다들 있을 겁니다. 연인과 나란히 앉아 다정한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바 좌석 구성의 다이닝 플레이스 4곳을 다녀왔습니다. 흔한 스시 바가 아닌 특별한 요리를 선보이는 레스토랑만 골랐습니다.
이태리 갓포 분이네
와인과 함께하는 프리스타일 갓포 다이닝
골목 안쪽에 자리해 왠지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분이네’ 안으로 들어서면 커다란 ㄴ자 바가 손님을 맞습니다. 어스름한 저녁이 되면 은은한 조명이 비쳐 로맨틱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죠. 일본에서 지내며 바 테이블 너머로 요리가 오가는 자유분방한 갓포 요릿집을 인상 깊게 생각했던 김기경 셰프는 한국인에게 친근한 이탈리아식 요리를 일식과 접목해 와인과 어울리는 안주 메뉴를 만들어냅니다. 그가 오픈 키친 너머로 주문을 받고 요리와 서빙, 계산까지 혼자서 처리하며 고군 분투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나름의 질서정연함에 감탄하게 됩니다. 옆자리 손님이 시킨 메뉴의 맛있는 냄새에 홀려 똑같은 메뉴를 주문하는 재미난 일도 종종 발생합니다. 망고와 루콜라를 곁들인 한우 육회 타르타르가 대표적이죠. 고소한 참기름으로 무친 육회는 과일과 채소의 신선함이 소고기와 어우러지면서 훌륭한 와인 안주로 돌변합니다. 10여 석의 바 좌석으로 이뤄진 공간은 맛있는 요리를 먹으며 소중한 사람과 분위기 있는 시간을 보내기에 제격입니다. 물론 친구와의 아지트로 삼기에도 더없이 좋고, 와인 애호가가 머물기에도 적합한 곳입니다.
슬로우치즈
프레시 모차렐라 치즈 바
치즈를 좋아한 나머지 직접 만들곤 했다는 민진우 대표. 본래 수의사였던 그는 3년 전 이탈리아를 여행하다가 우연히 들어선 식료품점에서 바로 만든 따끈한 모차렐라 치즈를 먹고 단번에 반했다고 합니다. 이렇게나 맛있는 것이었다니! 그 길로 전문 치즈 메이커라는 새로운 삶을 살자고 결심했고, 그 후 몇 년간의 연구 개발 과정을 거쳐 최근 오픈한 곳이 바로 자그마한 이탈 리아식 치즈 바 ‘슬로우치즈’입니다. 이곳은 7석 정도의 바 좌석과 오픈 키친으로 이뤄진 아담한 공간으로, 그는 매장 한편의 작업실에서 날마다 직접 만드는 모차렐라 치즈를 손님에게 선보입니다. 우유를 25~37℃ 사이에서 중탕하며 산도를 맞춰 치즈의 전 단계인 커드(Curd)를 만드는 데는 10시간 정도가 소요됩니다. 치즈를 곁들인 샐러드나 토스트 메뉴를 주문하면 겹겹의 모차렐라 치즈를 만드는 데도 10분에서 15분 정도 걸리니 진정한 ‘슬로’ 치즈입니다. 그만큼 우유의 고소한 풍미와 치즈의 결을 생생히 느낄 수 있죠. 곱게 땋은 모차 렐라 치즈에 바질 잎과 토마토를 곁들인 후 타르틴 베이커리의 컨트리 브레드 한 조각을 곁들인 것이 이곳의 대표 메뉴인 카프레제 샐러드입니다. 여유로운 휴일의 브런치 메뉴로 인기 만점이라는군요. 최근에는 모차렐라 치즈를 결대로 찢어 생크림과 섞고 다시 모차 렐라 치즈로 동그랗게 감싼 부드러운 맛의 부라타 치즈 메뉴를 새로 선보였습니다. 어디에서도 만나지 못한 프레시 치즈를 맛보는 색다른 경험을 원한다면 이곳을 방문해보기를 추천합니다.
로바타탄요
숯불에 굽는 로바다야키의 진수
안창살, 목살, 꼬랑지살…. 소고기나 돼지고기 부위가 아닙니다. ‘로바타탄요’는 화롯가를 뜻하는 일본어 ‘로 바다(ろばた)’와 숯가마를 의미하는 ‘탄요’의 합성어로, 화롯가에서 음식을 구워 먹는 일본 요리인 로바다야키 전문점입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닭의 다릿살과 날개부터 무릎연골살, 목살, 염통 등 다양한 특수 부위를 손질해 바 좌석 앞에 설치된 무쇠 화로에서 구워 줍니다. 참숯을 이용해 조리한 닭구이는 이전엔 미처 몰랐던 부위별 참맛을 일깨워줍니다. 한성일 셰프는 소고기 특수 부위 전문점 ‘우시야’에서 벗어나 더욱 다양한 식재료로 요리해보고 싶었다고 이야기합니다. 닭뿐만 아니라 랍스타 꼬리, 명란 아보카도 같은 해산물 요리, 그리고 아스파라거스, 새송이 등 채소 요리를 메뉴에 올린 이유죠. 최근에는 일반 육계의 부드러움과는 사뭇 다른 토종닭구이 코스를 새롭게 추가했습니 다. 쫄깃한 식감과 푸짐한 양에 벌써부터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죠. 낯선 메뉴에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습 니다. 전담 직원이 주문 시 식재료에 대해 친절하게 조언해주고 적절한 온도와 타이밍으로 완벽하게 구워주 니까요. 조리는 직원에게 맡기고, 당신은 동행과 담소를 나누며 즐기기만 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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